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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무기력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 한 책 중 내가 소장한 두 책이 있는데.
<문제는 무기력이다 - 박경숙> 와 <굿바이, 게으름 - 문요한> 이다.

책을 모르던 시절 제목이 와 닿아서 샀던것 같은데, 내용이 너무 좋다.


마음의 안정과 치유의 목적으로 ‘필사’라는 것을 처음 시작해보고 싶은데, 소장 중인 책 중 뭘로 할까? 고민하다가 <문제는 무기력이다> 이 책을 집어들었다.

현재 나에게 제일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저번달에도 읽었고, 지금까지 두 세번은 넘게 읽은 책인 것 같은데도 늘 그렇듯 생소하다. (ㅎㅎㅎ)

30분 필사하기


오늘 필사한 부분 중에 마음에 깊이 남은 구절을 남겨보려한다.

무기력에 빠진다는 것은 마치 주인이 얹은 짐을 지고 억지로 버티며 사막을 건너가던 늙은 낙타가 기력이 다해 뜨거운 모래 한가운데에 쓰러져 죽을 수 밖에 없는 순간을 만나는 것과 같다.
그런 날을 만나면 우리의 자아는 죽는다. 육체는 살았으나 마음이 죽는 심리적 사망과 조우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죽음이 끝이 아니다. 낙타가 죽은 자리에서 사자 한 마리가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는 환상 같은 일이 우리 삶에서 일어날 수 있다.
_문제는 무기력이다 p.10


지금 나는, 그리고 한참 무기력에 빠져있는 우리는
늙은 낙타다.

원치 않는 짐을 지고 억지로 버티며 비틀 비틀,
끝이 보이지 않는 뜨거운 사막을 홀로 건너고 있는
늙은 낙타다.



타이머를 켜고, 30분간의 필사를 마치고,
잠시 눈을 감고 명상을 했다.

위의 낙타의 모습을 떠 올렸다.


나는 망망대해 같은, 끝이 어딘지 모를
뜨거운 사막위에 외롭게 홀로 서 있는
한 마리 늙은 낙타다.

내 등 위에는 내가 원치 않았던 무거운 짐들이 많이도 지어져있다.

이제 막 유치원을 졸업을 앞 둔, 엄마밖에 모르던 어린 나에게 갑자기 하루 아침에 닥친 부모님의 이혼..
눈 앞에서 아빠와 크게 싸우며 집을 나가버린, 그 뒤로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엄마. 그 자리의 허전함.
더 큰 도시에서 돈을 벌겠다며 할머니에게 오빠와 나를 맡기고 떠난 무뚝뚝한 아빠.
오빠만 감싸고 돌며 나에게는 쌍욕을 서슴치 않았던 매정하지만 그래도 불쌍한 할머니.
학창시절 엄마 아빠 없이 할머니 밑에서 자라며 느낀 창피함, 수치심, 다른 친구들에 대한 부러움, 질투..
여름이면 덥고, 겨울이면 보일러도 틀지 않아 냉골이었던 내 좁은 방에서 혼자 느꼈던 외로움들.
어쩔 수 없이 어른들이 정해준, 원치 않는 대학과 전공을 선택하면서 모든 것을 자포자기 해야만 했던 고3 시절의 상실감. 그리고 늘 벗어나고 싶었던 그 답답했던 울타리. 그 울타리의 무게감.
늘 스트레스로 다가왔던 인간 관계, 그에 따른 마음의 상처들. 하지만 그렇게라도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어 애써 웃어야 했던 나날들.
결혼 후 남편이 얹어 주었던 심적 무게와 배신감, 그리고 견뎌내야 했던 상처들..

그래도 다행인건 두 번째 장면에서는 아직은 어린 나의 두 딸들이 나의 등에 있지 않았고,
어느새 커서(7살, 4살이지만..) 내 등에서 내려와 나와 나란히 사막을 걸어주었다.

이 장면을 생각하니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고.
그제서야 늙은 낙타인 내 얼굴에도 웃음이 피었다.
(작고 소중한, 고마운 내 딸들…)

세번째 장면에서는 남편도 슬그머니 내려와 딸들과 함께 나와 걸어주었고,

마지막 네번째 장면에서는, 나는 어느새 젊은 한 마리 암사자 되어 양 옆에 딸 들과 남편이 웃으며 함께 걷고 있었다.
(남편도 얼핏 사자의 모습이 된 것으로 보이나 아직은 희미하다 ㅋㅋㅋ)

가끔은 어린 딸들을 등에도 태워주며, 함께 걷고 있다.

그렇게 짧은 명상이었지만 힘들고 너무나 외로웠던 늙은 낙타는 밝고 젊은 한 암사자로 다시 태어났다.

무기력이라는 뜨거운 모래 사막을 지나 낙타에서 사자가 되는 삶으로.. 눈을 감고 그렸던 모습 그대로..
남은 내 인생은 그렇게 살아가게 되기를.

상상할수록 이루어진다고 나는 믿는다.
자주 이러한 상상을 해야되겠다. 무기력 탈피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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